(2010.9.24) 가을밤에 홀로 떠난 강남 7산종주 : 광교산~백운산~바라산~청계산~우면산~관악산~삼성산

2010. 9. 28. 07:01산행·트레킹/특별산행

1. 산행에 앞서

 

  올해 첫날 불수사도북 이후 제대로 산을 탄게 아련하다.

  귀농교육 받느라, 또 최근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

  바쁜 일상속에서도 항상 나만의 무엇인가가 빠진듯한 공허함이 있었는데

  아마도 자연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아니었나 싶다.

  오랜만에 맞는 추석연휴를 틈타 그동안의 마음속 음모를 실행하기로 했다.

  추석 전날까지 광풍과 폭우가 쏟아지더니 추석당일까지 비를 뿌린다.

  내심 추석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서 종주한는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우중산행은 안닌것 같아 다음날로 산행을 늦추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문자가 와있다....

  인사팀에서 비상연락을 취했나 보다.  

  서울 양천구 지역 수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

  같은 하늘아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너무나 천차만별....

  신월동쪽은 하천보다 낮은 상습 침수지역이 많고 다세대 반지하방들이 많은 지역...

  눈물나는 사연들을 보고 들으면서 오후 늦게까지 수해복구 활동을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는 불행이 더 가까이 있는걸까?  마음은 착찹하고 안쓰럽고....  

 

  해가 좀 남아 있어 이슬하고 한강 써래섬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오니 10시가 넘었다.

  원래는 야간산행을 위해 낮잠도 자고 했어야 했는데 오늘 하루는 너무 빠듯하게 지나갔다.

  후다닥 짐을 싸고 잠시 가수면을 취해본다.

  이슬이 옆에서 혀를 찬다.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나도 잘 모르겠네....

  11시 30분쯤 집을 나선다.  안스러웠는지 이슬이 사당역까지 차로 실어주네 ^^

  12시쯤 사당역에서 7000번 좌석버스로 수원 이동, 경기대 하차 택시로 반딧불이 화장실 도착

 

 

2. 산행개요

  ㅇ 일 시 : 2010.9.24(금)   날씨 쾌청 

  ㅇ 산행코스 : 광교산-백운산-청계산-우면산-관악산-삼성산 (총 51.7km)

     - 반딧불화장실~하우현성당 (15.5km), 

     - 하우현 성당 ~ 양재터미널(13.5km),

     - 청계산입구~사당역 (6.5km)  

     - 사당역~석수역(16.2km)

  ㅇ 소요시간 : 총 18시간 50분(휴식시간포함)

  ㅇ 누구하고 : 나홀로 

 

3. 산행기록 

  01:10분 반딧불 화장실에서 물좀 버리고 행장을 꾸려 산행 시작

  한가위를 하루 지났지만 보름달이 소담스럽게 올라와 있다.

  아마 이 시간대가 달이 가장 밝을 것 같다 

  달이 환하게 비춰주지만 그래도 안전을 위해 렌턴을 킨다.  

  길은 거의 임도에 가까울 정도로 넓고 평탄하다.

  가을밤 호젓한 산길을 여유롭게 걸어가는 달빛산행... 무한한 행복감...

  형제봉에 오르기전 나무계단이 길게 이어진다. 

 

 

 

  02:10분 2시간 걸려 형제봉(448m) 도착 ..

  전망이 일품 ^^  이래서 야간산행을 하나보다... 작은 불빛들이 모여서 보여주는 불의 향연....

  수원이 참 넓디 넓구나... 분당용인쪽도 보이고 안양시흥쪽도 한눈에 들어오네....

  문제는 형제봉까지는 와봤지만 그 다음부터 청계산까지가 초행길이라는 점... 잘 찾아갈 수 있을까?

 

 

 

 

  02: 50 광교산 정상 시루봉(567m) 도착 ..잠시 고민한다

  계속가면 고기리라고 하니... 다시 돌아가야 하나?  

  멀리 중계탑이 보이고 능선이 뚜렷한 걸 보면 백운사 방향이 맞을 듯 .... 

  예습을 잘하고 왔어야 했는데....

  야간 산행에서 순간의 판단이 행불을 좌우한다지?

  다행히 방향을 잘 잡았나 보다 

  오던 길로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오고 통신대, 백운산 중계탑이 눈에 들어온다.

 

 

 

 03:40 백운산(567m) 도착..

 어렴풋이 백운호수가 보이고 의왕시, 평촌, 안양이 눈에 들어온다. 

 백운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산봉우리는 아마도 모락산일 게고...

 저멀리 수리산의 위용도 보기 좋다. 

 

 

  

   백운산을 지나 내리막을 내려오는데 뭔가 아니다.

   길이 거칠고 너무 가파른 느낌....

   역시나 오른쪽으로 주능선이 뚜렷하다. 

   알바로구나 무조건 되돌아 가는게 가장 빠른길....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언덕을 올라간다.

   대간 때도 새벽에는 가끔씩 알바를 하곤 했었는데

   초행길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

   한 20여분을 허비하고나서 다시 주능선을 밟는다

   고분재를 지나 허위허위 가다보니

   04:40분  바라산(428m) 도착.... 

   명찰(?)을 목에 걸고 있는 모범생처럼 소박하게 밤나그네를 맞아준다. 

 

 

 

  바라산을 지나면 내리막 그리고 오르막 그렇게 가다보면 또 하나의 봉우리가 나타난다.

  05:25분 우담산 도착. 우담바라... 불교와 관련 있나? 

  우담산도 바라산과 비슷한 분위기 .. 시간이 많이 지체된 느낌~ 

 

 

 

   05:55분 하오고개와 청계요금소 갈림길에 도착

   어느듯 날이 밝아오고 있다 산행한지도 5시간 가까이 되어간다.

   여기까지 이렇게 많이 걸리는 거였나? 

   오른쪽은 하오고개로 해서 국도를 무단횡단 질러가는 길이고

   왼쪽은 청계요금소 굴다리로해서 화우현성당으로 돌아 가는길.....

   조금씩 체력도 떨어지고 마음같아서는 하오고개까지 바로 질러가고 싶었지만... 

   이번에 이길을 포기하면 아마도 앞으로 이길을 갈일은 없을 것 같아

   고지식하게 좌측길을 택해 내려간다. 

  

 

 

  6시가 다되어 간다. 예전같으면 날이 환하게 밝을 시간.... 밤이 많이 길어졌다. 

  외곽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굉음을 내며 달려간다. 

  청계 요금소가 가까워 지면서 천주교 공원묘지를 지나게 된다.

  이미 파란 하늘이 선명해 지고 청계산 너머로는 먼동이 떠오르고 있다.

  청계요금소 굴다리를 지나면 국도를 건너가는 미니 터널이 나오고...  

 

 

 

  06:20분 하우현성당 앞을 지나간다.  

  동네 개들이 난리가 아니다. 빨리 지나가야지....

  하우현성당에서 청계산 진입로를 못찾아 우왕좌왕11

  사제관안으로 쑥들어가서 좌회전하면 등산로가 나오는 것을.... 

  작은 계곡을 끼고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가면

  주능선에 올라타게 되고 방금전에 지나온 반대편 우담바라 능선이 바라다 보인다.

  07:15분 하오고개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오고 커다란 봉우리가 눈앞에 보인다.

  아마도 국사봉이겠지...

 

 

  07:40분 국사봉에 도착 ... 전망이 무척 뛰어난 곳 먼동이 떠오르고 있다. 과천시내와 관악산이 장쾌하다. 

 

 

안양시와 수리산도 보이고....  

 

  08:15분 이수봉 도착... 많이 지친다.  변변한 양식거리도 준비 못해서 밤새도록 자유시간 2개 먹으게 전부....

  너무 배고파 사과 하나를 개눈 감추듯 먹는다. 아고 지쳐 협읍제에서 컵라면 하나라도 사서 먹어야지... 

 

  관악산 정상부에 위치한 군부대 앞에서 바라본 구름운해가 아름답다. 

  맞은편에는 광교산과 백운산이 마치 하나의 산줄기인양 정하다.... 

  동쪽로는 남한산성에서 분당 불곡산까지 아스라히 이어지고..    

  

 

 

  09:25분 협읍재에 도착했으되 주인장은 보이지 않네.... 배고파 내 컵라면 ^^  

 

 09:40 허기진 배를 쥐고 매봉에 도착

 기가 막힌 풍광들이 펼쳐진다. 배는 고파도 참 아름답다     

 

 

  

 

 10:30 가파른 계단을 지나 옥녀봉 도착..... 정말 체력이 바닥....

 너무도 다행스럽게 이 곳에서 컵라면을 먹게 됐다.   

 아 정말 맛있다....  힘이 다시 불끈 !! 

 

 11:20분 양재동 화물터미널 도착....

 가을하늘이 참으로 공활하네...가을볕 치고는 따갑다. 여기서 그만둘까? 

 

 LG전자 뒤로 나아가면 양재천으로 통하는 길....

 양재천을 따라가면 구름다리와 교총회관 건물이 보인다 

 

 

 양재천

 

 12:00 SK 태봉주유소 여기서부터 우면산이 시작.. 완만한 경사.

 몸이 싱싱하다면 행복한 산책길이었을텐데.....

 

  12:30분 소망탑... 컵라면 힘으로 버틴다. 아이스케키도 하나 입에물고...

  서울 시내를 가장 멋지게 볼수 있는 곳...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아차산 그리고 한강.. 

 

 

 

 13:50분 사당동 우성아파트 101동이 보인다.

 남태령으로는 내려가 봤지만 사당역쪽으로는 처음인데..... 

 

 배가 고프지만 갈증이나서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었다.

 사당역 먹자골목을 다 돌아 다녀도 냉면집이 안보여..

 개똥도 약쓰려니 귀하다고... 

 결국 깁밥집에서 냉모밀 한사벌로 허기와 갈증, 더위를 참아본다.

 14:40분 관음사로 길을 나선다....

 1시간쯤 쉬었지만 이젠 장딴지와 허벅지까지 묵직해 온다.

 어쨋든 여기서 그만 둘수는 없다..

 석수역까지는 무슨일이 있어도 가야한다.  

 해떨어지기 전에 들어가긴 힘들겠지?

 

 

 관음사에서 올라가는 길이 처음부터 된비알이다.... 

 예전엔 쉽게 쉽게 오르던 길인데 오늘은 너무 가파르게 느껴진다. 

 뒤에서 자꾸 추월을 하네... 아줌마 까정 ^^

 첫번째 국기봉을 지나면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 

 시야도 좋고 하늘도 예쁜 날이다.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16:20분 관악문 통과...  아싸~ 연주대도 얼마 안남았어 ^^  

  

 

 16:50분 관악산(629m) 연주대... 

 오늘 오르는 봉우리중 가장 높은곳 ...

 전면 오른쪽부터 광교산, 백운산, 바라산, 우담산, 청계산, 우면산이 장쾌하게 이어지고

 반대편으로 오늘 산행의 마무리가 되는 삼성산이 늠름하게 서있다.  

 멀리 인천바다와 청라지구가 구름사이로 신비로운 자태를 보인다....  

  

 

 

 

 18:00 학바위 능선을 따라 무너미고개 도착....

 정말 많이 지쳤다.  삼성산을 바라보니 나스스로도 안습이야 ^^

 

 18:30분 마지막 힘을 내서 삼성산을 오른다... 이젠 더이상 내다리가 아니다 ^^

 서서히 석양이 지고..  다시 달이 뜨겠지..  

 

 

  오늘만 달뜨는 걸 두번보네....

  하루사이에 달이 많이 기울었다.  참 자연이란.....

  어둠을 뚫고 산길을 내려간다. 대개는 장군봉으로 해서 관악산 입구로 하산을 했지...

  석수역쪽은 처음이라 밤길이 어설프다.  

  생각보다 멀다....  삼성산 중계탑에서 5km가 더 되는 것 같다.

  대체로 길이 뚜렷하고 좋았지만 시흥쪽은 바위가 많아서 길이 좁고 희미해질 때가 많다....

  마지막에 와서 알바하는 어처구니는 없어야 할텐데....

  몸도 마음도 많이 가라 않는다.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내려오다 보니 장군봉도 넘고,

  호암터널도 지나 다시 도심의 불빛속으로 환속.....  

 

 

 

   20:05분 마침내 석수역 도착 ...

   걱정하는 이슬에게 도착전화 하고 후다닥 택시 잡아 봉천동으로 길을 잡는다. 

 

4. 산행을 마치고

   무엇보다 그동안 껄적지근 하던 것들이 싹 사라진 느낌....

   최근들어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많은 회의가 있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

   한동안 제대로 산행을 하지 못한체 무모한 도전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

   시간당 3km잡고 16시간 정도면 될줄 알았는데... 저질 체력만 다시한번 확인 ㅠㅠ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 

   초행길은 선답자의 산행기로 많은 예습이 필요하지?

   그리고 당장 렌턴부터 바꿔야 겠다. 페츨이나 루시도로... 

   길거리 렌턴으로  백두대간도 타고 용케도 버틴것 같다.

   그래도 무엇보다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어 좋다 ^^